"커피가 맛이 없지?" 그는 주인만큼이나 늙어 보였다. 단골인 모양이었다. 제이미는 여기서, 솔직하게 그렇습니다, 나 아무래도, 하고 대답한다면 주인과 친분이 깊을 것이 분명한 저 손님을 통해 자신의 말이 여기저기에 옮겨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답은 아뇨, 였다. 상대방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제이미를 따라 한숨을 푹 쉬었고, 둘은 나란히 유리문 밖의 나무가 말라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무가 마지막 남은 누런 잎을 떨어트릴 때쯤 제이미는 커피잔을 밀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까지도 새로 들어오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맛이 없냐고 물었던 그 남자는 짧고 굵게 커피! 라고 외쳤고 우스꽝스러운 연극을 진행하듯 늙은 주인은 주방 뒷문에서 고개를 곧장 내밀었다. 그가 바로 오스먼드 켈리였고, 그의 커피와 챔피언 수상장은 제이미에게 아무 느낌도 주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 정도는 할 수 있을 터였다. 문 앞에 섰던 제이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단골 손님의 단골 레시피를 한쪽 손으로 빠르게 만들어내는 오스먼드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굳이 더운 곳까지 오신 거예요?" 음료는 뜨거운 것만 가능, 이라고 적힌 팻말이 가는 끈으로 천장에 매달린 채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오스먼드는 커피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곧장 손님의 턱 앞으로 밀어넣고는 대답했다. "그러는 자네는 왜 여기로 왔나?"
라디오 좀 끄게, 신 커피를 세 잔째 맛보던 손님이 불평하자 오스먼드는 켜져 있는 줄도 몰랐다고 대꾸하며 소리를 키웠다. 날씨, 오늘도 높은 기온 유지, 습도 높음, 야외 활동에 주의…제이미의 등 뒤로 미지근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여름 휴가는 가장 더운 곳으로, 이런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면야."
"사실은 말이죠, 켈리." 제이미가 말했다. "더위라는 걸 전혀 모르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래서?"
바깥은 어떨까. 사실은 나가고 싶지 않았다. 커피야 뭐, 식히면 되고. 그래봤자 미지근해지는 것이 끝이겠지만.
"그 애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서요."
"그런 얘기는 돌아가기 전에 해 봤자 아무 의미 없어. 일단 만나야 이야기할 것 아냐. 그리고 그 커피 좀 그만 쳐다보게. 얼음 줄 테니까…"
"뜨거운 커피만 판다면서요."
오스먼드는 팻말을 떼고 글씨가 안 보이게 뒤집어 엎었다.
컵에 담긴 얼음이 천천히 회전한다. 제이미는 옆에 놓인 가방을 열고 수첩을 꺼냈다. 잭. 시작은 이랬다. 여긴 굉장히 더워. 그리고 잠시 후 한 줄짜리 편지는 죽죽 선이 그어졌다. 잭, 여긴 굉장히 더워. 숨을 쉬면 몸 속으로 더운 풍선이 빨려들어오는 것 같아. 잭, 더운 게 뭔 줄 알아? 잭. 그는 문을 나섰다. 구 챔피언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서부터 그를 향해 달려나왔다. 어디로 갈 건가? 제이미는 대답하기 전에, 손수건으로 이마를 살짝 눌렀다. 창문가가 조용한 것으로 보아 단골 손님이 라디오를 카페 뒷방에 박아버린 것이 분명했다.
"날씨가 맑으니까요. 돌아가기 좋은 날씨죠."
"그냥 덥다고 말해, 젊은이."
그는 씩 웃었다. "더워요." 잭. 여기는 굉장히…수첩은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렇지, 이제 돌아가자. 이것이 내가 여름 휴가를 예정보다 이틀 일찍 마무리하고 그늘진 집으로 돌아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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