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버스(http://clzlsajrrhtlvdj.tumblr.com)기반 류한앙빅. 약 고어 주의!
너는 부수어졌다. 내 손이 아닌, 다른 것에 의해. 그 점이 나를 슬프게 했다.
깨끗하고 납작한 접시 하나를 살짝 집어들고 실험실로 향했다. 손에 영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혹 실험실까지 가기도 전에 떨어트려 깨질까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접시는 얼마든지 더 있으니 상관은 없다. 내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일은…
…몸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황망하게 실험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사형장에서 이곳까지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무던히 애를 썼던가. 들쳐메었던 몸을 철 침대에 소리 없이 내려놓았던 건 30분 전의 일이었다. 나는 그 후 방을 나와 문을 잠가 두고 부엌에서 접시를 가져왔다. 그 사이에 어느 누가 어느 곳으로 들어와서 그의 몸을 가져갔단 말인가. 그러다 문득 열린 창문이 눈에 띄었다. 조금 높지만 도구를 사용하면 충분히 제 3자가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인기척들…
비밀리에 운반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잘못 들은 것으로 치부했지만 그 중 하나가 사실 진짜 인기척이었다면, 그래서 뒤를 밟힌 거라면.
실험실 한가운데에 서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난 뒤에 나는 놀랍게도 꽤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제기된 의혹들은 던져진 직후 해결책이 나왔다. 누군가 내 뒤를 밟았다면 그는 실험실로 들어와 몸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불러 내 성으로 쳐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열린 창문을 다시 확인하러 고개를 들자 그것은 자물쇠까지 달린 채로 고요히 닫혀 있었다. 거짓말처럼. 아무래도 철 침대가 아닌 다른 곳에 놓아두고 잊어버렸던 것이 틀림없었다.
알아차렸다. 내 등 뒤에 몸이 놓여져 있다. 아마도 벽 쪽 의자일 것이다. 나는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았다면 그걸로 됐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과도한 흥분 상태는 좋지 않다. 틀린 것을 옳다고 믿게 되고, 없는 것을 있다고 믿게 되어버린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킨 뒤
그 때 조금만 더 의혹의 꼬리를 잡고 놓지 않았더라면 나는 다른 대답을 얻었을까.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실험대로 갔다. 거기에는 네가, 머리가 있었다. 접시를 내려놓고 머리를 얹었다. 피가 흘러나와 접시를 적셨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손수건을 꺼낼지 아니면 내버려둘지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는…머리는 눈을 감고 있나? 뜨고 있나? 보이지 않는다. 피를 닦아내야 보일 심산이다.
그래, 나는 간간히 어떤 상상을 하고는 했다. 네가 가볍게 입을 맞추던 때도, 내 부름에 뒤를 돌아 볼 때도, 함께 이야기하던 때 역시, 그리고 네가 단두대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던 때. 네 머리를 품에 껴안고 싶었다. 네 단면은 그렇게 가지런하면 안 되었다. 조금 더 헤쳐지고 너저분해야 했다. 상상 속의 나는 웃고 있는 네 입에 입을 포갰다. 타액 대신 나쁘지 않은 쇠 냄새가 내게로 흘러 들어왔다. 그러나 환상일 뿐이다. 나에게 남은 것은 조금 고인
피에 손가락을 적셨다. 혀에 가져다대자 그제서야 나는, 네 피가 더 이상은 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네 살을 베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네 따뜻한 품에 얼굴을 묻을 수 없고...앞으로는.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슬퍼졌다.
등 뒤에는 네 몸이 있다. 그걸 바닥으로 끌어내려 안을 열어젖히고 심장을 쥔 것은 나다. 다른 사람은 없다. 접시는 네 목을 올려놓기 한참 전부터 내 손에 의해 더럽혀져 있었다. 프랑켄슈타인 성의 입구를 생각해 본다. 문을 여는 것은 손이 미끄러웠던 탓에 조금 힘이 들었다. 한 발을 내딛어 들어오자마자 나는 느꼈다. 네 숨결과 꿈과 말들은 성 안 어디에나 있었고, 내 품에 있는 이 몸 속에도 역시나 존재했다. 존재했었다. 나는 그것들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것들을 내 피와 살의 일부로 만들 권리가 있다.
식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불만스러운 듯 식당에 들어온 우리를 노려본다. 하지만 화가 나 보이지는 않는다. 어머니는 누나와 나를 부른다…오늘의 후식은 사과 파이란다, 그러니 어서 들렴. 그건 어느 날의 기억인가. 나는 먹고 또 먹었다. 칼과 포크는 실험대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집어들었다. 구역질과 함께 억눌린 신음도 함께 흘러나왔다. 네 형체는 점점 흐려진다. 사라지고 일그러진다. 나는 너를 잠깐 옆으로 밀어 두고 바닥에 주저앉아 양 손에 얼굴을 묻었다. 눈 앞이 어지러웠다.
너는 이제 내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순간…기뻤다.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팔인가, 아니면 앙리 뒤프레의 팔인가. 둘 다의 것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다. 피를 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바늘도 괜찮을까. 이곳에는 무엇이든 있었다. 뭐든 구할 수 있었다. 맛은 어떨까.
나는 마지막으로 나를 먹어치웠다. 식사는 끝났다.
너는 부수어졌다. 내 손이 아닌, 다른 것에 의해. 그 점이 나를 슬프게 했다.
깨끗하고 납작한 접시 하나를 살짝 집어들고 실험실로 향했다. 손에 영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혹 실험실까지 가기도 전에 떨어트려 깨질까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접시는 얼마든지 더 있으니 상관은 없다. 내가 정말로 걱정해야 할 일은…
…몸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황망하게 실험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사형장에서 이곳까지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무던히 애를 썼던가. 들쳐메었던 몸을 철 침대에 소리 없이 내려놓았던 건 30분 전의 일이었다. 나는 그 후 방을 나와 문을 잠가 두고 부엌에서 접시를 가져왔다. 그 사이에 어느 누가 어느 곳으로 들어와서 그의 몸을 가져갔단 말인가. 그러다 문득 열린 창문이 눈에 띄었다. 조금 높지만 도구를 사용하면 충분히 제 3자가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인기척들…
비밀리에 운반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잘못 들은 것으로 치부했지만 그 중 하나가 사실 진짜 인기척이었다면, 그래서 뒤를 밟힌 거라면.
실험실 한가운데에 서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난 뒤에 나는 놀랍게도 꽤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제기된 의혹들은 던져진 직후 해결책이 나왔다. 누군가 내 뒤를 밟았다면 그는 실험실로 들어와 몸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불러 내 성으로 쳐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열린 창문을 다시 확인하러 고개를 들자 그것은 자물쇠까지 달린 채로 고요히 닫혀 있었다. 거짓말처럼. 아무래도 철 침대가 아닌 다른 곳에 놓아두고 잊어버렸던 것이 틀림없었다.
알아차렸다. 내 등 뒤에 몸이 놓여져 있다. 아마도 벽 쪽 의자일 것이다. 나는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았다면 그걸로 됐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과도한 흥분 상태는 좋지 않다. 틀린 것을 옳다고 믿게 되고, 없는 것을 있다고 믿게 되어버린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킨 뒤
그 때 조금만 더 의혹의 꼬리를 잡고 놓지 않았더라면 나는 다른 대답을 얻었을까.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실험대로 갔다. 거기에는 네가, 머리가 있었다. 접시를 내려놓고 머리를 얹었다. 피가 흘러나와 접시를 적셨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손수건을 꺼낼지 아니면 내버려둘지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는…머리는 눈을 감고 있나? 뜨고 있나? 보이지 않는다. 피를 닦아내야 보일 심산이다.
그래, 나는 간간히 어떤 상상을 하고는 했다. 네가 가볍게 입을 맞추던 때도, 내 부름에 뒤를 돌아 볼 때도, 함께 이야기하던 때 역시, 그리고 네가 단두대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던 때. 네 머리를 품에 껴안고 싶었다. 네 단면은 그렇게 가지런하면 안 되었다. 조금 더 헤쳐지고 너저분해야 했다. 상상 속의 나는 웃고 있는 네 입에 입을 포갰다. 타액 대신 나쁘지 않은 쇠 냄새가 내게로 흘러 들어왔다. 그러나 환상일 뿐이다. 나에게 남은 것은 조금 고인
피에 손가락을 적셨다. 혀에 가져다대자 그제서야 나는, 네 피가 더 이상은 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네 살을 베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네 따뜻한 품에 얼굴을 묻을 수 없고...앞으로는.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슬퍼졌다.
등 뒤에는 네 몸이 있다. 그걸 바닥으로 끌어내려 안을 열어젖히고 심장을 쥔 것은 나다. 다른 사람은 없다. 접시는 네 목을 올려놓기 한참 전부터 내 손에 의해 더럽혀져 있었다. 프랑켄슈타인 성의 입구를 생각해 본다. 문을 여는 것은 손이 미끄러웠던 탓에 조금 힘이 들었다. 한 발을 내딛어 들어오자마자 나는 느꼈다. 네 숨결과 꿈과 말들은 성 안 어디에나 있었고, 내 품에 있는 이 몸 속에도 역시나 존재했다. 존재했었다. 나는 그것들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것들을 내 피와 살의 일부로 만들 권리가 있다.
식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불만스러운 듯 식당에 들어온 우리를 노려본다. 하지만 화가 나 보이지는 않는다. 어머니는 누나와 나를 부른다…오늘의 후식은 사과 파이란다, 그러니 어서 들렴. 그건 어느 날의 기억인가. 나는 먹고 또 먹었다. 칼과 포크는 실험대에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집어들었다. 구역질과 함께 억눌린 신음도 함께 흘러나왔다. 네 형체는 점점 흐려진다. 사라지고 일그러진다. 나는 너를 잠깐 옆으로 밀어 두고 바닥에 주저앉아 양 손에 얼굴을 묻었다. 눈 앞이 어지러웠다.
너는 이제 내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순간…기뻤다.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팔인가, 아니면 앙리 뒤프레의 팔인가. 둘 다의 것이자 아무것도 아니었다. 피를 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바늘도 괜찮을까. 이곳에는 무엇이든 있었다. 뭐든 구할 수 있었다. 맛은 어떨까.
나는 마지막으로 나를 먹어치웠다. 식사는 끝났다.
'글 > 프랑켄슈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리빅터/멸망 (0) | 2015.04.12 |
---|---|
앙리빅터/이름 (0) | 2015.04.12 |
앙리빅터/크으응으ㅡ으 첩보뽕에 취한다 (0) | 2015.04.12 |
크리빅터/몸에 맞지 않는 코트를 입은 소년 (0) | 2015.02.15 |
류한앙빅/1 (0) | 2014.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