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11

어째서인지 새벽마다 한 가지 기억만이 톱니가 맞물리듯 눈 안쪽에 떠오르고는 했다. 날짜도, 시간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 일 중에 어째서 단 하나의 장면만이 머리를 채우는지, 아, 울컥 퍼져나오는 거무스름한 잉크, 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쓰여지는 첫 글자, V. 이젠 모두 옅어진 찰나의 시간이 어째서 아직도, 어제 일 같은지. 빅터 프랑켄슈타인, 하고 빼곡히 채워진 종이를 발견한 것은 이틀 전이다. 입과 머리가 가득 찼다. 내 이름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수백 년, 수천 년을 살고 또 살아서 나라는 인간의 처음과 인생과 매 순간 느꼈던 감정과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깨끗이 지워 버린다 해도 그것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벌어진 입술에서 혀 끝으로 튀어나오던 작은 목소리, 빅터. 그 후의 너의 표정, 이어지는 너의 몸짓. 다시는 살아 있지 못할 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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