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mintracula)님께 드립니다.
1. 스칼렛(이 원고는 폐기되었습니다)
제 이름은 스칼렛 오하라, 당연하지만이건 가명이예요. 제가 이 가명을 쓰는 이유는 제 상황이 스칼렛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물론 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열두 참나무 농장’ 을 갖고 있지도 않고, 지금은 남북전쟁의 한복판도 아니고, 제가 ‘래래오타야.알아.트 버틀러’ (물론 이것도 가명이예요. 웃기지만요.) 와 키스할 때 고개를 거의 부러질 때까지 젖히냐고 물으신다면…음, 아뇨. 어쨌든 그래요. 난 약혼자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그런 아름다운맞는 말이긴 한데, 뺐으면 좋겠다, 백작. 싫어. 아름다운 나를 다른 누군가가 사랑하죠. 밤마다 몰래 컴퓨터를 켜고 조금씩 몰래 완성한 글을 이 ‘월간 뱀파이어’ 에 투고한 수많은 여성들처럼 저기, 당신 이 코너 이번 달에 처음 만들었잖아. 그랬던가? 난 나의 문제가 굉장히 까다롭고, 또한 해결하기 어렵다고 느껴요. 나와 같은 일을 이미 겪었거나 거의 풀어 나가는 중이거나 아니면 깔끔하게,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한 다른 잡지 구독자들에게 조언을 얻는다면, 굉장히 좋겠죠.
물론 내가 제일 아름ㄷ
그이를 애슐리…갑자기 귀찮네요. 그냥 V라고 할게요. 가명의 의미가 없잖아? 내가 귀찮다면 귀찮은 거야. 토 달지 마. 그래, 뭐. V라고 할게요. 난 V를 처음 만난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내가 카페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막 한 모금 마시려던 찰나에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죠. 순간 방 안의 공기가 훅 하고 달라졌어요. 여차저차해서, 그는 댄스 플로어로 올라가더니 멋들어진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고, 곧바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런 그를 보는 순간 난… 솔직히 싹 다 지워버리고 싶은데 화 낼 거야? 왜 지우고 싶어 하는데? 그냥… 안 돼.
…사랑에 빠지고 만 거예요. 바보 같죠. 고작 노래 하나에 말예요. 심지어 가사도 우스꽝스러웠다구요. 뭐였더라, 오오, 오오, 오오, 프로페서 V? 고독한 앞모습? 아, 뒷모습이었나. 맞아요. 뒷모습이예요. 내 행복한 꿈은 그렇게 시작되었죠. 그와 영화도 같이 보고, 같이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하고, 카페도 가고, 놀이공원, 파르테논, 산책, 파르테논, 저녁 식사, 파르테논, 음…우리 집, 그가 다니는 대학, 헛간… 너 지금 이거 쓰기 귀찮지. 지면 때우기 힘든 거지. 그래.
그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왜 그렇게 늦게서야 발견했을까요? 그와 이렇게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내가 그 반지에 대해 따져 묻자 그가 말한 것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난 너를 애인으로 본 적 없어. 내겐 메텔 뿐이야! 저리 가!’ 난 이렇게 유치한 중학생 같은 말 안 해. 인정해. 넌 연애엔 젬병이야. 나 아니었으면 넌 결혼도 못 했어. 그러셔요. 어쨌든 난 상처를 입었어요. 그리고 그에게 상처를 냈죠. 물론 물리적인 상처 말이에요. 난 그와 헤어지고 클럽에 가서 신나게 놀기로 작정했어요. 난 힐을 신었죠. 누군가 다가올 때까지, 난 그걸 벗지 않았어요.
참 나.
‘레트 버틀러‘는 나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죠. 내가 불신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뻔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을 내놓았어요. ’그 노래 부르던 남자의 손을 잡고 내려간 여자가 당신이죠, 스칼렛?‘ 오, 난 부끄러워서 제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이제 더 할 말 없나? 난 지쳤어. 사실 위에 ’신나게 놀기로 작정’ 했다고 적었지만, 그래요, 거짓말이에요. 사실 그날따라 재미가 없었죠. 내 취향인 남자도 없었고요. 취향? 너. 어...그래.
동네 사람들 똑똑히 들으세요 이 부분 쓰면서 V가 얼마나 부끄러워서 죽으려고 했는지아 백작 그만 좀달링은 내가 달링 같은 얼굴이 취향이라고 하는 게 부끄러워서 죽을 지경인 거지? 지금 그런 거지?도대체 왜 글을 쓰면서 그 내용을 쩌렁쩌렁 읊는 거야? 왜? 혹시 나 싫어해?
좋아해.
프로페서 V, 리타이어.
(V가 30분째 쇼파에 웅크린 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수정 작업 도와주겠다고 한 패기는 땅에 굴 파고 들어앉은 모양이다.)
백작, 이 칼럼 좀 심하게 망한 것 같은데. 그만둘까. 그러자. 좋아. 다음엔 더 멀쩡한 걸 써보자구. 스칼렛은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서 애슐리의 얼굴에 장미 꽃다발을 던졌답니다이거 대체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가 현실이야?
7. V언니의 동안매직 뷰티(이하생략)
같은 게 있을 리가 있나. 밤에 라면 끓이지 말고 일찍 주무세요, 프로페서 V. 피 냄새 너무 심해. 나까지 배고파지잖아. 그럼 같이 먹던가. 됐어.
10. 이달의 시
아
힘이 든다
내가 너무 잘생겨서
힘이 든다
아
완벽한 수미상관이야…(프로페서 V께서는 이 미친 시에 아무 코멘트도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거 참 너무하시네.
12. (부제) 300년도 더 지났는데 그냥 몇 세기 지난 기사 다시 꺼ㄴㅐ와도 되지 않겠나 V 말 좀 해 봐라이원고의제목은수정될예정입니다잊어버리지 맙시다.
뱀파이어의 시초는 천삼백XX년 루마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이라고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시초인지, 아니면 후대의 사람들이 그를 질투한 나머지 펜과 잉크로! 그건 빼자, V. 뺄 거면 왜 줄 안 쳐. 알아서 지우라는 뜻이야.
싫은뎁쇼
아 좀
…그를 질투한 나머지 펜과 잉크로 악의 섞인 소문을 퍼트린 것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그가 누구든지 간에,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아직까지 살아 있다면. 이 최첨단의 시대를, 몇 세기 전, 포에나리성의 영주이던 그는 어떤 기나긴 삶을 겪고 이 시간까지 견뎌냈는가. 그것은 필히 고독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고독과, 그리움과, 슬픔과, 마지막으로 소량의 기대. 그는 운명과 함께 춤을 추었지만 결코 미소 짓지는 않았다. 미소는 마지막의 몫으로 남겨둬야 하니까. 그가 혹여 이 잡지를 읽고 웃음 짓는다면 그것은 그의 비극적인 인생이 드디어 끝났으며, 또한 그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졌다는 뜻 아닐까. V, 나머지는 내일 써. 수고했어. 좋아.
자정이다. 백작이 관을 닫았다. 그는 가끔 심심할 때 침대를 버려두고 저기에 들어간다. 완전히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대필 업무 중인 프로페서 V입니다. 잠이 옵니다. 때려 치고 집에 가고 싶네요. 아차, 지금 집인데. 심지어 내 방인데…백작은 자고 있습니다. 사실 그냥 지금 저장하고 저도 침대랑 교우다운 교우를 좀 하고 싶어요. 아, 일하기 싫다. 추가수당 나오는 것도 아닌데. 뽀뽀해 달라고나 해 볼까. 설마 그런 부탁 했다고 죽기야 하겠어요? 그건 별 문제 아니에요. 문제는 이걸 내일 백작이 읽고 전체삭제를 해버리면 어쩌냐는 거죠.
그럴 줄 알고 실시간 백업중이죠!
…다시 루마니아의 백작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이건 이를테면 특집 기사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뭘 기념하는지는 사실 저도 그도 모릅니다. 우린 기념일을 챙기기에는 이미 너무 오래 살았어요. 의미가 없죠. 그렇다면 이 특집 기사라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별 거 아닙니다. 그냥 그런 이름을 붙여보고 싶었어요. 그냥요. 여러분 가끔 그런 생각 하시잖아요. ‘아, 1년 중에 364일이 생일이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거랑 같은 맥락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특집이라고 칩시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건 아니고…아이고 헷갈려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예요. 이 기사는 말이에요, 새벽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 왠지 센티멘탈해지는 밤, 보름달도 아니고 초승달, 비록 지금 제 입가에는 빨대 꽂힌 혈액팩이 있지만(다시 말해서 멋진 느낌은 영 없지만)그냥, 그런 기분이라서 시작했어요. 누군가의 인생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드라큘라 백작의 539년에 대해 쓴다는 건, 그냥 그런 거죠. 정리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딱히 달라지는 건 없을 터고. 이 기사를 읽은 그는 당연하게도 삭제..까지는 아니지만 따로 빼서 자기 책상 어드메에 던져 두겠지만요. 하지만 그는 내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마 그럴 겁니다. 전 알아요. 그가 이 말을 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어요. ‘차, 아니면 커피?’ 왠지 신나잖아요. 안 그래요?
사실은 말이죠, 그래요. 이건 아무래도 잡지용 원고가 아닌 것 같군요. 역시 따로 빼는 게 낫겠어요. 그가 그렇게 하기 전에 말이죠. 제 질문 목록이 지금 제 팔 아래 눌려 구겨져가고 있지만, 그건 그와 저만의 비밀이니까요. 수만 명의 독자 여러분, 드라큘라 백작의 사생활이 궁금하다면! 혹시 궁금하다고 해도! 지금 당장 이 잡지 구독을! 그만두시는 게 어떨까요!
…이거 아무래도 마케팅 실패 같은데. 안녕히 주무십시오, 독자 여러분. 아니, 유일한 독자님. 이미 자고 있지만.안 자.으아ㅇㅏ나먀ㅡ퍄ㅕㄹㅁㅊㅁ뎌ㅡㅈ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