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크 전력 60분 1회차 참가글입니다 ㅇ0ㅇ
상황이 기묘할수록 차분한 서술을 해야 한다. 최대한 차분해지자.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기운을 내어 펜을 들면 뭐라도 정리가 될 것이고, 그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침착하게 종이에 한 줄을 적었다.
'어제부터 백작의 얼굴이 반달로 보인다. 비유가 아니다. 그냥 반달이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소리 내어 읽었다. "나는 어제부터 백작의 얼굴이 반달로 보인다." 그렇다. 심지어 눈코입도 없다. 아니, 있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끔찍했겠지만. 나는 몇 시간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백작, 뭐 해.' '코 긁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자 그는 대충 반쪽 달의 중심부 즈음(꽤 평평하고 크레이터 비스무리한 울퉁불퉁한 자국이 있는)을 검지손가락으로 대충 긁적이고 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던 걸까. 대체 어느 구멍으로 숨을 쉬는 중인 걸까. 아, 뱀파이어는 숨 쉴 필요 없나.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일단 말이라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으나 나는 조금 더 기다렸다. 그가 앉아 있는 쇼파에 손거울이 놓여져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사실 일부러 내가 놓았다. 그가 자연스레 거울을 들고 얼굴을 살피면, 굳이 내가 말할 필요까지는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저기, 너 지금 얼굴이 반달 모양이야.' 그리고 정말로 반달이기도 해…' 라고 말 했을 때 나를 슥 올려다볼 달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그건 정말 생각만 해도…끔찍했다.
나는 노트를 넘기는 척 하면서 곁눈질로 백작을 살펴보았다. 그가 손거울을 긴 손으로 집어들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책 아래로 숙여졌다. 어떤 소리가 나도, 어떤 비명이 울려퍼져도 감수할 결심이 내겐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쇼파 쪽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거기엔 그저 손거울을 들고 이리저리 얼…달을 비추어 보는 백작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래, 본인이 충격받지 않았다는데 뭐가 어쨌단 말인가. 타인이 참견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취향 존중이라는 건 매우 중요하니까.
"그렇고말고."
"응?"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대답했다.
"지금 이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난 이게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해, V."
"아무리 봐도 백작, 네 행동은 충격 받은 사람의 그게 아니잖아…?"
백작은 팔짱을 꼈다. 그러자 그의 반달 얼굴이 더욱 부각되었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장하다, 프로페서 V. 넌 최선을 다했어.
"무슨 소리야. 이 못생긴 초승달이."
나는 노트를 내려놓았다.
"무슨 소리야?"
"지금 네 꼴을 보라고." 그는 말을 마치고 핑크빛 손거울을 내 쪽으로 던졌다. 손거울의 뒷면에는 리틀 프린세스 뭐시기라고 적혀 있었지만 내겐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손톱보다도 얇은 초승달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말이야, 백작." 나는 손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지금 반달 얼굴인 거, 알아?"
우리는 말 없이 창가로 나가 창문을 열었다. 누가 어느 새 먼저 켰는지 TV는 혼자 떠들고 있었다. 오늘은 보름입니다. 지금 창문을 여시면 선명한 달을… 글쎄, 틀린 뉴스인 것이 분명했다. 하늘은 너무나 맑아 별이 번쩍였지만 달은 분명 없었다.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상황이 기묘할수록 차분한 서술을 해야 한다. 최대한 차분해지자.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기운을 내어 펜을 들면 뭐라도 정리가 될 것이고, 그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침착하게 종이에 한 줄을 적었다.
'어제부터 백작의 얼굴이 반달로 보인다. 비유가 아니다. 그냥 반달이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소리 내어 읽었다. "나는 어제부터 백작의 얼굴이 반달로 보인다." 그렇다. 심지어 눈코입도 없다. 아니, 있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끔찍했겠지만. 나는 몇 시간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백작, 뭐 해.' '코 긁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자 그는 대충 반쪽 달의 중심부 즈음(꽤 평평하고 크레이터 비스무리한 울퉁불퉁한 자국이 있는)을 검지손가락으로 대충 긁적이고 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던 걸까. 대체 어느 구멍으로 숨을 쉬는 중인 걸까. 아, 뱀파이어는 숨 쉴 필요 없나.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일단 말이라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으나 나는 조금 더 기다렸다. 그가 앉아 있는 쇼파에 손거울이 놓여져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사실 일부러 내가 놓았다. 그가 자연스레 거울을 들고 얼굴을 살피면, 굳이 내가 말할 필요까지는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저기, 너 지금 얼굴이 반달 모양이야.' 그리고 정말로 반달이기도 해…' 라고 말 했을 때 나를 슥 올려다볼 달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그건 정말 생각만 해도…끔찍했다.
나는 노트를 넘기는 척 하면서 곁눈질로 백작을 살펴보았다. 그가 손거울을 긴 손으로 집어들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책 아래로 숙여졌다. 어떤 소리가 나도, 어떤 비명이 울려퍼져도 감수할 결심이 내겐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쇼파 쪽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거기엔 그저 손거울을 들고 이리저리 얼…달을 비추어 보는 백작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래, 본인이 충격받지 않았다는데 뭐가 어쨌단 말인가. 타인이 참견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취향 존중이라는 건 매우 중요하니까.
"그렇고말고."
"응?"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대답했다.
"지금 이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난 이게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해, V."
"아무리 봐도 백작, 네 행동은 충격 받은 사람의 그게 아니잖아…?"
백작은 팔짱을 꼈다. 그러자 그의 반달 얼굴이 더욱 부각되었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장하다, 프로페서 V. 넌 최선을 다했어.
"무슨 소리야. 이 못생긴 초승달이."
나는 노트를 내려놓았다.
"무슨 소리야?"
"지금 네 꼴을 보라고." 그는 말을 마치고 핑크빛 손거울을 내 쪽으로 던졌다. 손거울의 뒷면에는 리틀 프린세스 뭐시기라고 적혀 있었지만 내겐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손톱보다도 얇은 초승달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말이야, 백작." 나는 손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지금 반달 얼굴인 거, 알아?"
우리는 말 없이 창가로 나가 창문을 열었다. 누가 어느 새 먼저 켰는지 TV는 혼자 떠들고 있었다. 오늘은 보름입니다. 지금 창문을 여시면 선명한 달을… 글쎄, 틀린 뉴스인 것이 분명했다. 하늘은 너무나 맑아 별이 번쩍였지만 달은 분명 없었다.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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