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ing pulses, @mintracula
덩굴장미가 피었어요, 칼에. 그 가시는 칼보다 날카로웠고…
V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름 모를 꽃들.
당신의 심장에서부터 흘러나온 안식이 그 덩굴장미에 적셔지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져서 가시를 하나씩 떼어내어 버렸어요. 손끝에 서너 개 정도가 박혀 피가 났어요. 내 피에게는 이름이 있지요. 안식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건 지독한 냄새가 나죠.
당신의 심장박동은 당신이 찔린 이후 얼마간 지속되었는데, 나는 그게 멈추질 않길 바랐다. 영원히 지속되길 빌었다. 그 위태로운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아아, 그래. 당신의 박동은 계속된다. 지옥에도 꽃이 다 있네. 아직은 음악을 느끼라고, 언젠가 말했었던 당신을 기억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일정하던 박자는 흐트러지고 전축은 부서지기 마련이다.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어요, 저는, 왜냐하면…왜냐하면, 당신은 죽어가고 있고, 꽃이 만발한 지옥은 내 발을 땅 속으로 끌어내리느라 여념이 없으니까. 음악은 끝났다. 당신은 이 순간부터 죽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드라큘라 백작은 온전히 죽었다. 그가 쓰러진 자리에 초록색 순이 하나 돋아났다. 나는 무릎을 꿇고 그 곁에 고개를 숙였다. 작은 떡잎이 생겨났다 노랗게 변해 떨어져나가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자라고 꽃이 피었다. 흰 꽃이었다. 그 꽃은 보통 백합이라고 불렸다. 그건 당신의 머리맡에 있었다. 당신을 향기로 질식시키려는 듯 목을 축 꺾고 있었다. 그래, 드라큘라는 백합 향기에 질식해서 죽었다. 그는 가장 아름답게 죽었다. 그는 칼에 찔리지 않았다. 그를 죽인 것은 그저ㅡ하나의 향기에 불과했다. 나는 백합 줄기를 부러트렸다. 손이 축축하게 젖어 갔다. 꽃잎 역시 축축했다. 급히 그것을 목으로 밀어 넣자 향기가 폐를 찔렀다. 나는 꺽꺽거리며 꽃을, 향기를 마셨다. 가장 아름다운 백합, 가장 독한 백합, 가장 진한 꽃, 나의 칼, 꽃밭에 누운 백작, 아, 나의
칼, 장미 덩굴. 그의 상처에서 뿌리를 내렸지. 흘러나온 안식의 피를 모두 핥아서 결국 더욱 새빨간 장미를 틔웠다지. 아, 이곳은 온통 아름다운 꽃 뿐이었다.
나는 백작의 곁에서 남은 백합을 마저 씹었다. 꽃이 몸을 뒤틀었다. 입천장에 자꾸 달라붙어서 손가락을 넣어 잘게 찢었다. 무언가가 혀를 감싸고 천천히 아마 갈기갈기 헤쳐진 큰 꽃잎 중 하나가 목구멍과 혀와 이와 나의 날숨과 들숨과…
부드럽고 작은 꽃잎은 내 혀를 먹어치우고 나 대신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마 들을 수 없어 눈을 꾹 감았다. 저는, 꽃이 말했다. 슬퍼요. 그러시면 슬퍼요. 꽃잎과 나는 섧게 울었다
덩굴장미가 피었어요, 칼에. 그 가시는 칼보다 날카로웠고…
V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이름 모를 꽃들.
당신의 심장에서부터 흘러나온 안식이 그 덩굴장미에 적셔지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져서 가시를 하나씩 떼어내어 버렸어요. 손끝에 서너 개 정도가 박혀 피가 났어요. 내 피에게는 이름이 있지요. 안식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건 지독한 냄새가 나죠.
당신의 심장박동은 당신이 찔린 이후 얼마간 지속되었는데, 나는 그게 멈추질 않길 바랐다. 영원히 지속되길 빌었다. 그 위태로운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아아, 그래. 당신의 박동은 계속된다. 지옥에도 꽃이 다 있네. 아직은 음악을 느끼라고, 언젠가 말했었던 당신을 기억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일정하던 박자는 흐트러지고 전축은 부서지기 마련이다.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어요, 저는, 왜냐하면…왜냐하면, 당신은 죽어가고 있고, 꽃이 만발한 지옥은 내 발을 땅 속으로 끌어내리느라 여념이 없으니까. 음악은 끝났다. 당신은 이 순간부터 죽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드라큘라 백작은 온전히 죽었다. 그가 쓰러진 자리에 초록색 순이 하나 돋아났다. 나는 무릎을 꿇고 그 곁에 고개를 숙였다. 작은 떡잎이 생겨났다 노랗게 변해 떨어져나가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자라고 꽃이 피었다. 흰 꽃이었다. 그 꽃은 보통 백합이라고 불렸다. 그건 당신의 머리맡에 있었다. 당신을 향기로 질식시키려는 듯 목을 축 꺾고 있었다. 그래, 드라큘라는 백합 향기에 질식해서 죽었다. 그는 가장 아름답게 죽었다. 그는 칼에 찔리지 않았다. 그를 죽인 것은 그저ㅡ하나의 향기에 불과했다. 나는 백합 줄기를 부러트렸다. 손이 축축하게 젖어 갔다. 꽃잎 역시 축축했다. 급히 그것을 목으로 밀어 넣자 향기가 폐를 찔렀다. 나는 꺽꺽거리며 꽃을, 향기를 마셨다. 가장 아름다운 백합, 가장 독한 백합, 가장 진한 꽃, 나의 칼, 꽃밭에 누운 백작, 아, 나의
칼, 장미 덩굴. 그의 상처에서 뿌리를 내렸지. 흘러나온 안식의 피를 모두 핥아서 결국 더욱 새빨간 장미를 틔웠다지. 아, 이곳은 온통 아름다운 꽃 뿐이었다.
나는 백작의 곁에서 남은 백합을 마저 씹었다. 꽃이 몸을 뒤틀었다. 입천장에 자꾸 달라붙어서 손가락을 넣어 잘게 찢었다. 무언가가 혀를 감싸고 천천히 아마 갈기갈기 헤쳐진 큰 꽃잎 중 하나가 목구멍과 혀와 이와 나의 날숨과 들숨과…
부드럽고 작은 꽃잎은 내 혀를 먹어치우고 나 대신 이야기를 시작했다. 차마 들을 수 없어 눈을 꾹 감았다. 저는, 꽃이 말했다. 슬퍼요. 그러시면 슬퍼요. 꽃잎과 나는 섧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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