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크 전력 60분 4회차 참가합니다!
1995
대장님, 왜 그 구덩이에 들어가 계십니까, 하고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애송이가 속삭이면 얼굴에 고통이 주름마다 줄줄이 배긴 대장이 간신히 힘을 내어 애송이의 군모에 입술을 대고 속삭인다 같은 자리에는 다시 포탄이 떨어지지 않지, 하고 계속해서 속삭인다 장면은 전환되고 구덩이에는 아무도 없다 구덩이에는 번쩍이던 빛만이 잔상으로 남고 인간의 자국은 미세하게 남았고 그런 가운데 내가 그 장면을 지속적으로 상상하는 이유는, 병원 침대가 너무나 부드러워서 뭐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잠들 것 같기 때문이고, 또한 그 구덩이에서 몸을 웅크리고 적들의 대포를 비웃던 군인들의 모양이 마치 이틀 전의, 붉은 커텐에 감겨 화단으로 떨어져 다리를 부러트린 나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인가, 약 기운이 셌다.
간호사가 틀고 나간 모양인 TV에서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낙마 소식이 하루 종일 끊이지 않고 나왔다, 나는 TV를 끄고 싶었으나 리모콘은 너무나 멀었고 늙은 간호사는 하품을 하며 옆의 나이 많은 할머니와 함께 TV를 손가락질하고 나는 그저 누워서 저 사람의 어머니가 얼마나 슬퍼할까, 이래서 사람은 다치면 안 돼,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커텐이 눈을 베일처럼 휘감던 때를 자주 꿈에서 상상한다, 그 때 나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여전히 내가 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2초쯤 하고, 다리를 부러트린다.
화면은 어느새 리브가 입원한 병원 외부를 전체적으로 보여 준다. 학생들은 지금쯤 내 부재로 인해 맥주 캔이라도 열심히 따고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두 슈퍼맨 빼고. 안녕, 크리스토퍼 리브. 안녕, V. 망토는, 완전히 쓸모 없는 복장이지요. 거슬리기만 하고. 나는 드디어 꺼진 TV를 벗삼아 또다시 꿈을 꾼다, 대장님, 왜 구덩이에 숨어 계십니까, 하고 똑같은 애송이가 또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괜찮아. 안전해. 이번에는 다치지 않아. 아아, 내 부러진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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