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RT 되면 븨백작이 베이커리물로 반전스러운 분위기로 여전히, 예뻐요. 사랑합니다.라는 대사가 들어가는 연성을 합니다.


※어쩌다 보니까 또 머리를 잘라부럿습니다 고어 주의


종이 뎅, 하고 크게 한 번 울렸다. 아, 이제 네 번 더 울려야 하는데. 입에서 말이 떨어지질 않았다. 저, 혹시 어제 이 자리에 체리 파이가 진열되지 않았었나요? 바닥이 한 지점으로 빨려들어간다. 발 바로 앞에 크고 검은 구멍이 뚫렸다. 단순히 어지러워서인가, 아니면 이 가게가 함정이거나. 잠시 푹 꺼진 바닥 아래의 지하실의 광경을 상상했다가 곧 그만두었다. 주인이 방금 물걸레로 반듯이 깨끗이 열심히 꾹꾹 눌러 닦은 타일 바닥에 뭔가 붉은 뭔가가 흐르고 있다. 피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그냥 엎어진 딸기잼이었다. 그냥 좀 불결해 보이는 딸기잼이었다. 찐득해 보이고 군데군데 검게 말라붙은 딸기잼이었다. 유리병 안에서 구더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것 중 하나를 발로 밟아 죽이고 카운터를 향해 서서 목을 가다듬었다. 주인을 부르자 그가 이쪽을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종이 한 번 더 울렸다. 아직 부족하다. 세 번이 부족하다. 오후 다섯 시의 안전함이라. 역시 이상했다. 이 가게는 오후 4시부터 정확히 한시간 후에 문을 닫는다. 그동안은 매번 이 앞을 지나쳤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그가 앞치마를 두어 번 털고 말한다.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아, 이 체리 파이 말인데요…

…왜 오늘은 없죠, 라고 누군가 말한다.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불편하고 어색한 고요가 내리깔렸다. 그 어떤 수식어를 모두 되는대로 갖다붙여도 이 정적을 표현할 길은 없어 보였다. 잠시 뒤 주인이 밝게 말했다. 아, 이게 체리 파이입니다. 아닌데요, 이건 제 머리잖아요. 손님, 이건 체리 파이예요. 자르면 체리가 나옵니다. 아, 그런가요, 하지만 이건 제 머리처럼 생겼는데요. 안경까지 똑같아요. 손님, 지금 이 자리에서 한 조각 잘라드릴 테니 드셔보시겠어요, 아뇨, 사양합니다, 그렇지만 그것 외에는 이게 손님의 머리가 아니라 그냥 그저 그런 체리 파이라는 걸 입증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요, 방금 그저 그런 체리 파이라고 하셨나요, 네, 그런데요, 보통 자기 빵한테 그저 그렇다고 말씀하시나요, 예, 뭐. 제 빵은 맛있으니까요. 방금 맛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말 끝마나 태클 거는 인간으로 보이기는 싫지만 지금 당신은 이상한 소리를 계속 늘어놓고 있어요, 손님, 제가 이 체리 파이를 그저 그런 파이라고 말한 건 제가 만든 것 중에서 이게 제일 평범한 맛이기 때문이예요, 다른 것들에게서는 더욱 맛있는 맛이 엄청나게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납니다. 지금 당장 보여

드릴까요? 아뇨, 사양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리 내려오세요. 지하실에는 맛있는 빵이 많아요. 아뇨, 전 이제 나가야 합니다. 5시가 머지않았어요. 전 가야 해요. 가던 길을 가야 해요.나가시면 어디로 가실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이 가게에 왜 들어왔는지도 모르겠고 왜 나가야 하는지 나가서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지금 손님께서 꿈을 꾸는 중이기 때문이예요, 교수님, 아, 저를 아시나요, 알다마다요, 이 머리는 사실 파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냥 손님의 머리입니다, 넌 지금 머리가 없어요. 왜지? 이건 악몽이니까. 바닥으로 흐르던 딸기 잼이 구둣발 아래에 흥건했다. 깨끗한

바닥에 비벼 닦았다. 매일 꿈을 꾸면서 체리 파이를 보고 지나간 뒤에 꿈에서 깬다. 알아. 네가 그런 꿈 꾸는 거 알아. 넌 매일 얘기했어. 그걸 매일 아침 깨어난 후에 내게 얘기했어. 그건 거짓말이야. 넌 매일 유리창 너머로 예쁘게 진열된 네 머리를 봤어. 너는 그렇게 머리만 남아도 여전히 예뻐. 사랑해. 정말 맛있는 파이지, 안 그래? 아니야? 최고의 베이커리 아니야? 그걸 먹는 건 누굴까? 악몽에서 앞뒤를 따지면 안 되지. 내가 말했다. 네가 날 죽여서 먹어버렸으면 좋겠어. 진심이 튀어나왔군. 주인이 말했다. 그러자 5시 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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